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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의 자세와 필법 – 『논서찰기(论书札记)』 속 서예 철학

동방대 12기 작품 2025. 3. 10. 14:00

서예는 단순한 글씨 쓰기가 아니라, 자세와 필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예술입니다. 중구의 현대 서예가 기공(启功)은 『논서찰기(论书札记)』에서 서예 자세의 변천과 그에 따른 필법의 변화에 대해 논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대와 현대 서예의 자세 차이, 그리고 최적의 서예 자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현대 서예가 기공의 사진
기공(启功) @바이두 인용

기공 启功(1912-2005)는 중국의 저명한 서예가, 문헌학자, 미술사학자, 교육자로, 베이징사범대학 교수이자 중국서예가협회 주석을 역임했다. 그는 서예, 시문, 회화에 능통했으며, 특히 정교하고 유려한 행서(行书)와 규범적인楷书(해서)로 유명하다. 그의 서체는 고전적 기풍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여 많은 후학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문헌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论书札记》를 저술하여 서예 이론을 체계화했다. 또한 《红楼梦》 연구에 기여했으며, 위작 감정 및 고문서 판독에도 정통했다. 그의 서예는 “启体(启功体)”로 불리며,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필법이 특징이다. 2005년 타계했으나 그의 학문과 예술적 유산은 여전히 후대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고대 서예의 자세와 필법

① 고대인은 좌식에서 서예를 연습했다

  • 기공은 “古人席地而坐,左执纸卷,右操笔管”(고대인은 바닥에 앉아 왼손으로 종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붓을 들었다)라고 말합니다.
  • 즉, 고대에는 책상이나 의자가 없었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 붓을 움직이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② 팔과 손목이 공중에 떠 있는 자세

  • 고대 서예가는 “肘与腕俱无着处”(팔꿈치와 손목이 모두 지지하는 곳이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 즉, 손과 팔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글씨를 써야 했기 때문에 붓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 이는 서예에서 육면 운필법(六面行动), 즉 앞뒤, 좌우, 상하(提按)로 붓을 움직이는 기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2. 책상과 의자의 등장과 서예 자세 변화

① 송나라 이후의 서예 변화

  • 기공은 “逮宋世既有高桌椅,肘腕贴案,不复空灵”(송나라 이후 높은 책상과 의자가 생기면서 팔꿈치와 손목이 책상에 닿게 되어 공중의 느낌이 사라졌다)라고 설명합니다.
  • 즉, 책상에서 글씨를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팔과 손목이 책상에 지지되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② ‘현완법(悬腕法)’과 ‘현주법(悬肘法)’

  • 책상에서 글씨를 쓰면서도 고대의 공중 필법을 유지하기 위해 ‘현완법(손목을 띄우는 방식)’과 ‘현주법(팔꿈치를 띄우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 하지만 팔 전체를 띄우면 “肘腕平悬,则肩臂俱僵矣”(팔꿈치와 손목을 모두 띄우면 어깨와 팔이 경직된다)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 현대에서의 최적 서예 자세

① 자연스럽고 유연한 자세

  • 기공은 “如知此理,纵自贴案,而指腕不死,亦足得佳书”(이 원리를 이해하면 비록 책상에 손을 대더라도 손가락과 손목이 경직되지 않으면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 즉, 책상에서 글씨를 쓰더라도 손과 손목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② 현완법과 지면 필법의 균형

  • 완전히 손목과 팔꿈치를 띄울 필요 없이, 손목을 책상에 살짝 기대되면서도 손가락과 붓의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는 서예가 장시간 글씨를 써도 피로하지 않고, 자유로운 필획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마무리하며

고대의 서예 방식에서 현대 서예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팔과 손목의 사용법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공의 논리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어떤 자세를 취하든 손과 손목이 경직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에서도 서예를 연습할 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